
안녕하세요.
최근 전셋집 만기가 다가와서 새로 이사할 곳을 알아보며 매주 발품을 팔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동네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뼈저리게 느낀 점은, 제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전셋값이나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잔인한 현실이었습니다.
중개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집주인들도 세금 낼 돈이 많아져서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종종 듣습니다.
처음에는 핑계라 생각했지만, 결국 모든 경제 주체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오늘 아주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바로 신성환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님의 인터뷰였는데요.
집을 구하며 애태우는 사람 모두가 왜 경제적으로 팍팍함을 느끼는지, 환율 문제와 삶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명쾌하게 짚어주셨습니다.
오늘은 제 이사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환율, 저축 문제에 대해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1. 부동산과 세금: 보유세 인상의 역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가장 쉽게 빼드는 칼이 바로 세금, 그중에서도 보유세 인상입니다.
여기서 보유세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 자체에 대해 정부가 매년 부과하는 세금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입니다.
사람들은 고가 주택 소유자의 세금을 늘리면 부담을 느껴 집을 팔 것이고 결국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신 전 위원님은 집은 '주거'라는 목적이 있는 필수재이므로 수요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조세 전가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여기서 조세 전가란 납세 의무자에게 부과된 세금 부담이 경제적 거래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지는 부작용을 말합니다.
즉, 집주인에게 부과된 무거운 보유세는 세입자의 전월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리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조세 부담 증가가 단기적으로 임대료 상승을 유발하며 장기적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출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근본적 해결책은 서울 도심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심 재개발은 복잡한 이권과 촘촘한 규제로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정권은 한정된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짓기 쉬운 수요 없는 외곽에 세금을 투입해 주택을 급조하며 시장의 엇박자를 냅니다.
2. 환율의 딜레마: 증시 호황 속 원화 약세
최근 주식 시장을 보면 코스피가 9000을 돌파하는 등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자국 증시가 호황이면 통상 해외 자본 유입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상승해야 하지만, 현재 원화 가치는 지속 하락하며 고환율이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신 전 위원님은 이를 두고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아주 특이한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주된 원인으로는 막대한 자본 유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본 유출이란 국내의 투자 자금이 더 높은 기대 수익률과 안전성을 찾아 해외 자산 시장으로 대거 빠져나가는 구조적 현상을 의미합니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보다 해외의 자산 수익률이 높다며 엄청난 달러를 사들여 밖으로 나갑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단기간에 한국 증시에서 얻은 막대한 수익을 다시 달러로 환전하여 본국으로 회수합니다.
국내 경제 성장은 뜨거운데 원화는 철저히 외면받는 기현상입니다.
환율 시장을 진정시키려면 외환 당국 개입이 시급합니다. 여기서 외환 당국 개입이란 정부나 중앙은행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달러를 매수 혹은 매도하며 외환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정책을 뜻합니다.
당국에 반하는 투기 세력에게 확고한 손실 공포감을 심어주어야 하지만, 현재는 이런 압박 시그널이 부족합니다. 환율 방어는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철저한 대응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3. 저축과 소비: 가계 부채와 경제의 숨겨진 연결고리
한국 경제가 마주한 또 다른 구조적 과제는 지나치게 높은 저축률과 이에 따른 극심한 내수 침체 문제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가계 저축률 수치에 있습니다.
여기서 가계 저축률이란 가계가 벌어들인 처분가능소득 중 일상적인 소비에 쓰이지 않고 남은 금액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율을 말합니다.
국민들이 돈을 성실히 모으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거시 경제 관점에서는 극심한 소비 위축을 불러와 국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단단히 잡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탄탄한 내수 회복이 필수적입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들은 이토록 맹목적으로 저축에 매달릴까요?
신 전 위원님은 수명 연장으로 인한 노후 불안과 살인적인 집값 부담을 핵심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국민들은 막대한 대출로 집을 사고 매달 무거운 빚을 갚아나갑니다. 대출금 상환이 거대한 강제 저축으로 작용해 일상에서 자유롭게 쓸 현금이 철저히 마르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주택 소유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줄여주자는 혁신적 대안이 제시되었습니다. 향후 주택연금으로 노후가 대비된 주택 소유자의 당장 납입액을 덜어주어 이를 활발한 소비 시장으로 유도하자는 것입니다.
장기간 축적된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민간 소비를 깊게 제약하여 내수 경제 회복을 지연시킨다는 거시적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꽉 막힌 소비를 풀기 위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합니다.
신성환 전 금융통화위원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부동산 세금 문제, 고환율의 이면, 그리고 높은 저축률에 숨겨진 경제의 거시적 맥락을 깊이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제 이사 준비 경험담으로 돌아가자면, 치솟는 전세금 앞의 얇은 지갑에 좌절하며 집주인을 원망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넓은 관점으로 바라보면 결국 모두가 각자의 무거운 짐을 지고 이 불안한 시기를 아슬아슬하게 버텨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금이 오르면 임대료가 함께 오르고, 미래가 너무나 불안해 오늘의 밥값조차 아껴가며 묵묵히 대출금을 상환하는 팍팍한 현실이 바로 우리 삶의 진짜 단면이니까요.
얽히고설킨 복잡한 경제 흐름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혜안을 기르시길 바라며, 현명하게 소중한 자산을 지켜내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