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제 직장 동기 한 명이 성과급을 몽땅 털어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점을 찍었을 때 투자했던 적이 있습니다.
무조건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가격이 반 토막 나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떨며 결국 매도하고 말았습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친구가 팔고 나니 귀신같이 다시 가격이 오르더군요.
그 뼈아픈 경험담을 곁에서 지켜보며 투자의 세계에서 인간의 심리를 통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난해 10월 1억 7980만 원대 최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이 현재 9500만 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닥을 다진 매수 타이밍일지, 더 큰 하락의 시작일지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1. 거대 고래의 매도와 규제 완화의 딜레마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사인 미국 스트래티지의 행보로 크게 술렁였습니다.
지난달 말 이 회사가 비트코인 32개를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전체 보유량인 84만 개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매도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습니다.
회사 측은 우선주 배당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 심리는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호재가 등장했음에도 가격이 시원하게 오르지 못하는 점도 답답함을 가중시킵니다.
지난 3월과 4월 미국에서 클래리티 법안 통과 기대감이 커지며 반등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1억 2000만 원대의 강력한 저항선을 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저항선이란 코인 가격이 상승할 때 매도 물량이 쏟아져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부딪히는 가격대를 의미합니다.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상품과 증권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감독 기관을 이원화하는 내용으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호재입니다.
최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해 입법 일정에 포함되었음에도, 비트코인 투자 심리는 좀처럼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 마르지 않는 고금리와 유동성 가뭄의 여파
현재 비트코인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거시경제 환경의 악화입니다.
철저하게 유동성 변수로 움직이는 시장 특성상 새로운 자금이 원활하게 유입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여기서 유동성이란 시장에서 자산이 현금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정도, 즉 시중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풍부하게 풀려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3.50~3.75%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0%가 올해 말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출처: 로이터통신).
금리를 내리려면 물가가 안정되거나 고용 시장이 냉각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입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나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주었고, 고용률 역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제 지표를 근거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습니다(출처: 중앙일보).
설상가상으로 한정된 시장의 자금이 엔비디아나 마이크론 등 인공지능 주식으로 대거 쏠리는 현상도 악재로 작용합니다.
3. 반감기 사이클의 함정과 지정학적 위기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가격 흐름을 예측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가 바로 반감기입니다.
여기서 반감기란 약 4년마다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시장에 공급되는 신규 코인의 양이 감소하는 시기를 뜻합니다.
지난 2024년 4월에 맞이한 반감기로 인해 블록당 채굴 보상이 6.25개에서 3.125개로 급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은 이 반감기를 전후로 독특한 가격 사이클을 보여왔습니다.
반감기 직전에는 기대감으로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반감기 이후 1년 반 사이에 매수세가 폭발하며 전고점을 돌파하는 급등장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에는 수익 실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며 깊은 하락장을 겪는 패턴을 어김없이 반복해 왔습니다.
현재 투자자들은 다음 반감기가 2028년에나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전고점을 뛰어넘는 극적인 반등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는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큰 위험 요인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정세 불안은 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침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장은 당장의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을 전형적인 기술적 반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술적 반등이란 거시 경제나 자산의 가치 개선 없이, 단순히 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인식 때문에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몰려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동기의 뼈아픈 실수가 다시금 떠오르는 시기입니다.
공포나 환희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매매를 결정하기보다는 이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섣부른 매매보다는 분할 매수가 절실합니다.
여기서 분할 매수란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차를 두고 자산을 여러 번 나누어 사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비록 랠리를 기대하기 힘들지라도 여유 자금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하게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